생각없는 자의 무료無聊
난 생각이 없다 아니, 하려는 시도를 드물게 할 뿐이다. 그런데 ‘드물게’가 문제다. 너무 드문 탓에 없다는 표현을 해도 무방할 정도다. 생각이 없다는 걸 혹자는 멍하거나 맹한 그리고 개념없는 것으로까지 확대한다. 무어라 불리운들 능동적이지 못한 마음가짐에 대해서 자유롭기는 힘들지만 그게 ‘나’라는 인간의 본질인데 어이하겠는가. 후회나 미련, 아쉬움 따위가 없지는 않았지만 많았던 기억도 그닥 찾기 힘들다. 그냥저냥 세월에 흔들리고 시간이 채이며 이리저리 굴러 먹는 삶이 이만큼이나 왔는데 무얼 고치고 어떤 걸 버릴 수 있으리.
여태 걸어보니 앞으로 어떻게 걷게 될 거라는 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기도같은 기적 몇 번 쯤 만나보고 싶다. 타인은 모르고 나만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걸음 한번 내딛어보고 싶다. 살아있음이 왜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소중해서 아까운 것인지 만끽할 수 있는 그런 걸음걸이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