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우울

내가 관심있는 건 사람들의 그것과 거리가 있다. 관종도 아니고 특별한 것도 아닌 약간 ‘독특’한 성격 때문인데 오늘은 그것과 무관하게 우울하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작고했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였다. 평소 그를 지지했던 나에게 그의 작고 소식은 적쟎은 충격으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는 내가 그를 지지한 것은 그가 맡은 일을 잘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거기에 별다른 소음없이 벌써 몇 년간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던가 말이다. 그런데 생의 마침표를 이렇게 허망하게 찍을 줄이야.

故 노무현 대통령이 나쁜 결행을 했을 때도 며칠씩 마음 한켠이 어지러웠는데 또 이런 일을 맞이하다니… 티내는 것도 난척하는 것도 없이 무던하게 일해오던 당신이었는데 소통령이라는 서울 시장 역할을 그렇게나 열정적으로 처리했는데… 안타까움이 무한에 가깝게 가슴 이곳저곳을 누비며 허망한 슬픔으로 눅눅해진다.

란제리 여인네 이미지나 업로드하는 되지못한 나같은 놈도 격있는 슬픔에 동조할 수 있다. 설령 그에게 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살아서 죄값을 치르는 게 옳은 방법이었을텐데… 그의 자존심과 그동안의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더라도 살아남았어야 했거늘… 마침표로 황망히 세상을 등진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 말하고 싶다.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 닿겠는가, 당신이 세상에 없는데 천번끝에 한번의 실수를 침소봉대할 인간들이 물어뜯을 현실 앞에 사라져 갔는데…

당신은 너무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깊고 긴 낭떠러지 끝에 피투성이가 되었어도 살아있어야 했습니다. 욕을 하건 외면하건 당신을 부정하고 폄하해도 묵묵히 서있어야 했습니다. 차라리 뻔뻔한 철면피가 되면 어떻겠어요? 중요한 건 당신이 저버린 이세상의 모든 것들이 실망의 한숨으로 날아가 버렸다는 거지요.

당신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털리는 개만도 못한 것들도 버젓이 살아있는데 왜 삶의 마침표를 결행했습니까. 최악의 선택이고 잘못된 판단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을텐데 스스로에게 융통성을 부여하기가 그렇게나 어려웠습니까? 한심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이렇게나 마음찢어지는데 당신을 알고 곁에 있었던 이들에겐 또 얼마나 커다란 한으로 다가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