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걸 선호하는 연배가 되었을 무렵, 어쩐지 삶이 지루하다고 느꼈다. 객기와 모험심 두둑하게 살아온 것도 아닌데 어제를 닮은 오늘이 시큰둥했다. 적쟎이 단조로웠던 인생의 반전을 기대한 건지 코로나19 백신 주사의 후유증인지 진지하게 나 자신을 둘러보았다. 그저 존재로써 낡은 주민등록증의 희미한 사진처럼 뻐끔거리는 인간. 무엇을 향하거나 어떤 것을 위해 무엇이나 어떤 걸 감행해보지 못한 무채색의 말줄임표. 뒤처진 건 아니지만 앞선 것도 딱히 찾지 못한 술에 물탄 듯 물에 술따른 듯 휘적휘적 밀려온 세상살이의 나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