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고…
평범한 자연인의 잣대에도 많이 부족한 난 ‘선거’와 같은 중요한 선택의 자리에 ‘아싸’였다. 내 한 표가 ‘당선자’의 밑거름이 되고 흐뭇한 결과와 부합된 게 겨우 한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도 내 선택은 빨간 신호등이었고 아무렇지 않을 꺼라던 예측과 달리 며칠동안 멍하게 지냈다. 무얼까, 나를 멍한 상태로 며칠이고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정치엔 관심 언저리도 안 쳐다보다 선거 결과가 내 표심과 다르자 혼란에 빠진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어설픈 자존심의 상처였나 겉으로만 지켜내던 냉소주의 오류에 빠진건가. 가능한 어려운 단어로 스스로를 엄폐 혹은 은폐시키고 싶은 싸구려 생각들로 가득찬 생활이 재방송처럼 반복되었다. 시간은 향처럼 은밀하게 흘러가고 겨우 생각을 가다듬고 나니 오늘이었다.
선거에 패배한 당사자도 나보다 먼저 생각을 정리했을지 모른다. 아무 상관도 없는 내가 이러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걸어온 인생이 별거 아닌듯 해도 깊이 통감하고 어깨 토닥여 줄 상식이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할 거라는 믿음, 여론 조사에서는 조금 밀렸지만 실상 선거 결과는 이길 거라고 당연 시 했던 선거 패배자의 믿음과 괘를 같이한 건 아닐까라고.
부족했다고 미안하다고 한 선거 패배자의 마음은 사실, ‘부정했다고 미안해야 한다고’ 당선자에게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내가 전 나름 떳떳한 인생을 걸어왔습니다. 세상이 저한테 이래서는 안됩니다하고 주억거리듯 말이다. 누구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인생이란 소설을 써간다. 대부분의 소설은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평범한 것으로 종결되지만 주인공만큼은 자신만의 이야기에 지겨워 할 틈이 없다.
나만 모르는 절대 사실 하나. 내가 주인공인 소설은 너무 평범하고 뻔해서 나에게만 재밌다라는 것이다.
내가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당선자. 그걸로 충격이라는 걸 받아 멍하게 지냈다는 나 스스로에게 말하노니, “그저 네가 바보인 걸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야. 이제라도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