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거나 신선하거나… 3
“붕어” :: 느긋한 성정의 정 내시가 종종걸음으로 궁내를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족히 두어 시진은 지났을 것이다. 그분을 부축해 스며들 듯 사정전으로 사라질 때 천근千斤의 수상함을 머금은 듯 하더니 땀마저 창백해지는 낯빛에 이르러서는 정점이 되었다. 영의정과 몇몇 신료들도 비슷한 얼굴로 사정전에 모여들고 세자의 문진文鎭같은 발걸음을 끝으로 심연의 침묵에 빠졌다. 사정전은 유언이 날조되는 걸 막기 위한 목적을 내세웠지만 내 기억에 이곳에서 붕어한 왕은 없다. 게다가 오늘처럼 찬바람 매운 날이면 온돌없이 냉랭한 이곳에서 신료들은 조회마저 꺼려한다는 걸 모르는 궁인이 없었다.
세자까지 침묵에 가세하고도 한참이 지났건만 초종初終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일찌감치 주변을 에워싼 내금위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번番날 때 스치는 얼굴마다 곤혹한 검버섯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붓대신 칼로 보필하던 이들은 그분에서 세자로 섬김을 달리하게 될지도 모를 지경인데 이심移心이라는 게 아비를 바꾸는 것이 나을까 어미를 저버리는 것이 쉬울까 역모만큼이나 지난한 것일테니까. 연緣이 어떻게든 세자로까지 닿는다해도 뿌리내릴 수 있는 정치 배경과는 결이 다른 화두였기 때문이다. 점점 어두워오는 하늘이 그들의 칼끝에서 사위어 가고 있었다.
불현듯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누군가 연못에 먹을 만한 걸 떨어뜨렸나보다. 생각할 겨늘도 없이 냄새나는 곳을 향해 지느러미가 꿈틀거렸다. 물에 녹듯 몸이 움직이는데 번을 끝낸 내금위의 쓸쓸한 얼굴이 물위로 어른거렸다.
“뭐가 저렇게 심란하누, 연정품은 이가 아프기라도 한건가, 녹봉을 다 탕진해버린 건 아니겠지…”
먹을 것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난 붕어다. – 8254_c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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