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욕’을 하고 싶었다. 아니, 누구에겐가 속시원하게 퍼붓고 싶었다. 뉴스에 회자되는 욕심많거나 나쁜 짓을 저질렀거나 나쁜 짓을 촉발시켰거나 혹은 그들을 도왔거나 도움주는 행위나 생각을 부추긴 자들에게 미친놈처럼 퍼붓고 싶었다.

그 욕으로 나또한 ‘나쁜 놈’ 집합속에 포함되더라도 퍼붓고 싶었다. 그들이 저지른 행동이 내 마음에 그만큼 불편함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평범한 내가 왜 갑자기 공명심 가득한 마음이 들었을까. 그것도 합리적인 행동이 아닌 그저 혼자만의 만족으로 끝날 ‘욕’이라는 게 하고 싶어졌을까.

혹자는 이런 내 생각을 두고 ‘사회적 공감’이 너무 강한 것도 스트레스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조금은 둥글게 세상을 바라보기 바랐다. 그 조언처럼 난 뾰족하게 각을 세우고 고슴도치처럼 살아가는 걸까?

마지막엔 이유모를 눈물비슷한 감정이 끓어올랐다. 당장이라도 세상의 등불같은 존재가 되어 환하게 비추고 싶었다. 그래서 모두에게 ‘아, 저런 등대같은 사람이 필요했어.’라는 진심어린 고마움의 세례를 기대했다.

주먹을 불끈 쥐며 경찰이나 검사처럼 부조리한 것들을 일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고 더이상의 전진은 무용했고 가치는 현실과 동떨어진 채 떨고 있었다. 난 허황된 상상을 멈춰야 했다.

그러다 모든 걸 잊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졌다. 갑자기 말이다. ‘도망’이라면 어딘가 패배주의자같고 회피하는 비굴한 느낌이라 생각한 끝에 ‘여행’, 그래 여행하고 싶어졌다로 수정했다. 그리고 살펴보다 보니 325,000원 짜리 하노이/하롱베이 여행상품이 눈에 밟힌다.

싸고 비싸고가 아니라 그저 마음놓고 쉴 수 있는 어딘가로 좋은 그런 여행.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