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도 남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 한해의 끝이 어쩌구 저쩌구 그런 게 무슨 소용이람. 쓸데없는 짓거리야, 이루지 못한 자들의 푸념일 뿐이지 뭐…라고 생각하다 바뀌었다. 아침먹었다고 점심 안먹을 것이며 저녁이 되면 또 펴야 할 이부자리 뭐하러 개나 그냥 놔두지….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일기쓰는 것이며 조선왕조실록같은 걸 왜 적었겠나, 선조들이 나보다 머리가 나빠서 한풀이하려고 적었겠나? 시간이 지난 뒤에 읽어보면서 반성도 하고 새롭게 받아 들이기도 하려 그러했다는 걸 난 방금 전에 ‘아!’ 하고 느꼈으니 참, 모자라도 적잖이 모자라다.
몇 천년 전 그분이 태어난 날에 난 뭐하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예전에도 이런 감상에 젖어 개소리같은 중얼거림을 몇 자 적었던 거 같은데… 다만 결론은 예전과 다르다. 오늘은 조금 더 진보적(?)이다. 뭐 어떤가, 하는 것이다.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그분 앞에 데려다 놓고 질문하길,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이라고 하자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돌로 쳐라!”라고 한다면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다”라는 평소의 가르침에 위배되고 “죄가 없으니 풀어주어라”고 한다면 “율법을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는 당신 사명에 거스르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난 보임으로써 마음의 간음을 충동질하는 그런 자다.